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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부 포스터

 

2025년 3월 26일에 개봉한 한국영화 ‘승부’는 바둑이라는 비주류 스포츠를 소재로 하여 관객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 영화에서 전설적인 바둑기사 조훈현 9단을 연기한 이병헌의 열연은 관객과 평론가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바둑이라는 주제가 가지는 무게감과 조훈현이라는 인물의 입체적인 삶이 영화 안에서 녹아들며, 다시금 조훈현 9단의 생애가 조명을 받고 있다.

 

이병헌의 몰입 연기, 그 경지에 대하여

이병헌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연기력 하나로 평가받는 대표적인 배우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은 단순히 흉내 내는 것을 넘어, 실제 인물의 감정과 내면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영화 ‘승부’에서 그가 맡은 조훈현 9단 역은 실제 인물의 삶을 재현하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특히 조훈현의 청년 시절부터 은퇴 시기까지의 다양한 감정선과 인생 굴곡을 표현하는 데에는 뛰어난 연기 내공이 필요했다. 이병헌은 역할을 준비하며 바둑계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실제 조훈현 9단의 경기 영상 수십 편을 분석했다고 한다. 그 결과, 조훈현의 무게감 있는 말투, 눈빛, 자세, 심지어 바둑돌을 잡는 손끝의 감정까지 섬세하게 연기해냈다. 이러한 몰입도 높은 연기는 단순한 연기를 넘어 ‘실존 인물의 재해석’에 가까웠다. 뿐만 아니라 이병헌은 경기 장면을 연기할 때에도 단순한 손놀림 이상의 긴장감과 전략적 사고 과정을 표정과 눈빛에 녹여냈다. 관객은 그가 실제 바둑 기사처럼 느껴질 정도로 생생한 연기에 감탄했다. 실제 조훈현 본인도 영화를 관람한 후 “내가 살아온 인생이 다시 펼쳐지는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전하며, 이병헌의 연기력에 찬사를 보냈다. 이병헌이 이룬 이 연기의 성공은 단지 한 편의 영화 연기를 잘 소화한 것을 넘어서, 한국 배우가 실존 인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표본이 되었다. 그의 연기는 앞으로도 실존 인물을 영화화할 때 참고할 만한 기준이 될 것이다.

전설의 바둑기사, 조훈현 9단을 말하다

조훈현 9단은 바둑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다. 1953년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바둑 실력을 보였고, 1962년 일본으로 건너가 바둑 수업을 받은 후 한국에 귀국해 승단의 길을 밟았다. 그의 생애는 곧 한국 바둑사의 현대사라 불릴 정도로 깊고 넓은 족적을 남겼다. 그는 24세의 나이에 최연소 9단이 되었고, 통산 160여 개의 타이틀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그의 라이벌 구도는 제자 이창호와의 관계를 통해 더욱 극적으로 비쳐진다. 이창호는 그의 제자로서 바둑계의 다음 세대를 이끌었지만, 동시에 조훈현에게 가장 강력한 도전자이자 세대 교체의 상징이 되었다. 이러한 관계는 영화 ‘승부’에서도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조훈현 9단은 단순히 경기만 잘하는 기사가 아니었다. 그는 바둑을 철학적 사고로 접근하며, 인생 자체를 바둑판 위에서 풀어내는 자세를 견지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출간한 자서전 『조훈현, 고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안겨주었다. 이 책은 그가 어떤 가치관으로 삶을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바둑을 넘어 인생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했다. 또한 그는 정치에도 입문하며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사회적 영향력도 확대해 나갔다. 조훈현의 삶은 바둑 기사로서의 승리와 실패를 넘어, 한 인간이 성장하고 변화하며 시대와 호흡해 나가는 여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조훈현 9단의 이러한 생애가 영화 ‘승부’를 통해 다시금 조명된 것은 한국 사회 전체가 천재적인 한 바둑기사의 인생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된 소중한 계기라 볼 수 있다.

바둑이라는 예술, 인생이라는 대국

바둑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전략, 심리, 인내, 그리고 철학이 어우러진 예술이자 무형의 전쟁이다. 조훈현 9단의 삶을 통해 우리는 바둑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투영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의 경기는 언제나 단순한 승부를 넘어, 인생의 무게와 깊이를 담아내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조훈현이 특히 강조했던 ‘초읽기의 순간’은 인생의 결정적 갈림길을 상징한다. 아무리 준비된 전략이라도 시간이라는 제한 속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며, 그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영화 ‘승부’는 이러한 순간들을 세밀하게 포착하며, 바둑이라는 스포츠가 얼마나 철학적인지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병헌이 연기한 조훈현은 단지 경기장에서의 승패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고뇌와 결정의 무게를 표현한다. 바둑은 말이 없지만, 그 안에서 흘러가는 감정은 묵직하다. 이러한 감정선을 영화가 잘 그려낸 덕분에, 관객은 바둑을 단순한 놀이가 아닌 예술적 체험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조훈현은 바둑을 삶의 진실을 깨우치는 ‘수양의 도구’로 여겼다. 그의 인생이 극적으로 재현되는 영화 속 대국 장면은 단순한 스릴이 아니라, 관객에게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어느 수를 두고 있는가?”라는 자문을 던지게 만든다. 바둑은 결국 인생 그 자체이며, 조훈현은 그 판 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의 삶을 통해 바둑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이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조훈현이 말한 “좋은 수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수를 두는 것”이라는 철학은 삶의 방향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안겨준다.

 

영화 ‘승부’는 단지 바둑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조훈현의 삶을 담아낸 감동적인 서사다. 이병헌의 몰입 연기와 조훈현 9단의 전설적인 삶이 만나 한 편의 작품으로 완성되었고, 이를 통해 바둑이라는 예술과 인생의 교차점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바둑을 통해 인생을, 인생을 통해 바둑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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